필독서 없는 독서 교육은 어떻게 가능한가

<쓰다>의 수업에는 필독서가 없습니다. 그러면 독서는 어떻게 지도하냐고 물어보는 분이 많습니다. <쓰다>는 학생들이 각자 수준에 맞는 책을 직접 선택해서 읽게 합니다. 학생마다 문해력 수준과 관심사가 다릅니다. 이런 점을 무시하고, 좋은 책이라고 억지로 읽히면 독서의 재미를 느낄 수 없습니다. 부모님들이 보기에 수준이 낮고, 공부에 도움이 될까 싶은 책도 재밌게 읽으면 거기서 배우는 것이 있습니다.


<쓰다>는 분량 채우기 식의 독서를 권하지 않습니다. 학생들은 이미 학교와 학원에서 많은 글을 읽고 있습니다. 문제는 그렇게 읽은 글들을 얼마나 소화하고 있느냐입니다. 수준에도 맞지 않는 책을 수박 겉핥기 식으로 읽고, 책에 관한 해설 강의를 들으면서 책을 한 권 끝냈다고 생각하는 것은 커다란 착각입니다.


<쓰다>의 독서 지도는 아래 원칙을 따릅니다.


  1. 날마다 조금씩이라도 책을 읽는 습관을 만든다.

  2. 책에 흔적을 남기면서 자기 책이라는 인식을 만든다.

  3. 아무리 짧은 책이라도 노트를 작성하면서 읽는다.

  4. 독서를 마친 후에는 반드시 글을 쓴다.

  5. 읽은 책과 자신의 삶을 연결하여 의미를 찾는 훈련을 한다.


독서는 양이 아니라 깊이가 중요합니다. 한 권의 책을 읽더라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 반복해서 읽어야 하고, 생각하면서 읽어야 합니다. 정약용은 다음과 같이 말한 바 있습니다.


내가 몇 년 전부터 독서에 대해 자못 깨달은 바가 있는데 헛되이 마구잡이로 읽으면 하루에 백 권, 천 권을 읽어도 오히려 읽지 않음과 같다. 모름지기 독서란 한 글자라도 뜻을 이해하지 못하는 곳을 만나면 널리 고찰하고 자세히 살펴 그 근원을 찾아내야 한다. <두 아들에게 답함>

글쓰기가 없이는 깊이 있는 독서를 할 수 없습니다. 또한 글쓰기를 하더라도 형식적인 글쓰기만으로는 안 됩니다. 책이 자기 삶과 어떻게 연결될 수 있는지 성찰하고 질문하면서 읽고, 책에서 배운 내용을 글로 쓰며 익힐 때만 깊은 독서가 가능합니다.


<쓰다>의 수업에서 학생들은 독서 후 쓴 글을 일정한 수준에 도달할 때까지 여러번 고치기를 반복합니다. 열 번 넘게 고치는 학생도 있습니다. 그렇게 다른 사람에게 보여줄 수 있는 한 편의 글을 썼을 때, 비로소 독서가 무엇인고, 왜 중요한지 깨닫게 됩니다. 물론, 모든 학생이 처음부터 발표할만한 수준의 글을 쓰지는 못합니다. 그러나 내가 읽고 느끼고 생각한 것을 누군가에게 전하고 싶다는 마음은 평생 독서를 하기 위해서 꼭 필요합니다. 쓰다의 웹진 <문장의 숲>에는 그렇게 완성된 학생들의 글들이 자라고 있습니다. 꼭 한 번 들러서 읽고 격려해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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