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과 바다


임지유


‘노인과 바다’를 읽고 패배를 생각했다. 주인공인 늙은 어부 산티아고는 고기를 못 잡은 지 85일째 되는 날 먼바다에 나가 커다란 청새치를 잡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하지만 청새치를 작살로 찌르는 데 성공하고 집에 돌아가는 길에 상어 떼에게 공격당하고, 애써 잡은 고기는 남은 살점 하나 없이 뜯어 먹히고 만다. 집에 돌아온 노인은 말한다. “그놈들에게 내가 졌어…놈들한테 내가 완전히 지고 만 거야.”


그렇다. 노인은 상어들에게 패배했다. 하지만 충분히 값진 패배였다. 노인은 ‘온 힘을 다했다’라는 표현을 넘어 정말 녹초가 될 때까지 청새치, 그리고 상어들과 맞섰기 때문이다. 노인은 다른 물체에 낚싯줄을 고정할 수도 있었지만 언제든지 줄을 풀 수 있도록 고통을 견디며 줄을 당기는 힘을 자신의 몸으로 지탱한다. 또, 상어 떼를 맞닥뜨렸을 때는 자친 몸으로 몽둥이로 상어들을 후려치며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싸운다. ‘노인과 바다’에서 가장 중요한 점은 고기가 결국 남아나지 않았다는 사실이 아니라 노인의 불굴의 의지이다. 노인이 이토록 맹렬히 싸웠기에 노인의 패배도 승리 못지않게 아름다웠다.


인생에서는 승리 여부보다 얼마나 노력했는지가 훨씬 더 중요하다. 결국 노인처럼 패배했더라도 끝까지 최선을 다했다면 그 또한 패배했다는 사실에 연연할 필요가 없다. 삶은 승패를 따지고 점수를 계산하는 ‘경기’가 아니다. 어떤 목표를 이루려는 과정에서 얼마나 많은 열정과 땀, 인내와 끈기를 쏟아부었는지를 되돌아보고 어떻게 더 발전할 수 있을지를 고민하며 우리는 삶의 의미를 찾을 수 있다. 마치 노인이 바다를 여성으로 생각하고 해와 별, 달, 심지어 자기가 잡은 물고기마저도 형제라고 믿으며 자신만의 인생 철학을 쌓아나가는 것처럼 말이다. 나도 지금까지 무수히 많이 패배해 봤다. 특히 영어학원에서 토론할 때. 그런데 열심히 준비한 날은 졌어도 기분이 좋았다. 내 주장과 반론을 명확하게 전달했다고 생각하니 졌다는 아쉬움보다 뿌듯함이 더 컸다. 우리는 승리는 무조건 긍정적으로, 패배는 무조건 부정적으로 생각한다. 요즘 많은 아이들이 시험에서 만점을 받으면 칭찬받지만, 기대했던 점수가 나오지 못하면 책망당하는 것처럼 말이다. 그러나 이제는 시험 점수, 즉 겉으로 드러나는 승패에서 벗어나 그 너머의 열정과 노력을 보아야 한다. 패배라도 노인의 이야기처럼 가치 있는 도전일 수 있다.

댓글 0개

최근 게시물

전체 보기